이은화 <금지된 영역-안락한> PLA, 러버콘 170여 개(각각 37×37×70cm),629×259×72cm / 407×222×72cm, 2023Josephina Eunhwa Lee, Forbidden Zone–Comfortable, PLA, Rubber cone 170 Pieces, 629×259×72 / 407×222×72, 2023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안전과 보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사람들은 차단, 봉쇄, 거리 두기, 고립, 금지 등의 부정적인 단어에 안정감을 느끼며 친숙해졌다. 이 작품은 일명 ‘꼬깔콘’으로 불리는 ‘러버콘(Rubber cone)’ 170여 개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이다. 벽에 빽빽하게 설치된 오색의 러버콘들은 안전이나 보호의 의미도 있지만 차단과 봉쇄를 상징한다. 외부자를 차단한다는 배제의 의미가 크다. 개인 혹은 그가 속한 계급이나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 표식을 겹겹이 둘러놓은 모습이다. 러버콘 아래에는 직사각형의 거울이 부착돼 있다. 관객이 그 앞에 서면 자기만의 방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에서 안락함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중삼중 잠금장치가 된 안전한 공간 말이다. 어쩌면 고립되거나 관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보호가 과하면 고립이 되고 고립은 결국 물리적 혹은 사회적 죽음을 야기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우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는 완전히 평화롭고 안락한 곳은 어쩌면 관 속 세상일지도 모른다. 이은화 <신바벨 도시> PLA(친환경 식물수지) (3D 프린트 출력), 크기 가변적, 2016<New Babel City>, PLA, Size Variable, 2016 고층 빌딩은 자본으로 무장한 이들이 그들의 부를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자, 단시간에 그들의 욕망을 실현 시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일 것이다. 세계 도시는 지금 마천루 전쟁 중이다. 100층 이상의 건물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며, 신흥 부국으로 떠오르는 중동이나 중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한국의 도시들도 더 높은 빌딩을 짓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빌딩의 높이도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2000년 세계 최고층 빌딩 20개의 평균 높이는 375m였으나 2020년에는 598m에 이를 것이라 한다. <신바벨 도시>는 세계 도처의 유명 마천루들이 모인 가상의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에서부터 부동산 갑부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이름을 딴 트럼프타워,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인 서울 롯데월드타워, 그리고 부산 엘시티까지 50여 개의 유명 고층 빌딩들로 구성되어 있다. 3D 프린트로 출력된 <신바벨 도시>에는 사람도 길도 차도 없다. 오로지 건물들만이 경쟁하듯 세워져 있다. 이것은 도시 자본가들의 욕망의 높이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자본이 흐르는 곳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고층 빌딩들의 무의미한 복제와 확산에 대해 질문한다. 아울러 성경 속 바벨탑의 붕괴처럼 어느 순간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마천루들의 유약함과 허상을 상징하는 작업이다. 이은화 <화폐 회화> 시리즈, 나무패널 위에 혼합재료, 각각 50×60cm 2016/2023<Money Painting Series> Mixed media on wood panel, 50×60×3cm each, 2016 미국 화폐의 역사를 분석한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화폐를 통제하는 자,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했다. 지구상에는 200개 이상의 국가가 존재하고 이들 국가의 대부분은 자국의 통화를 가지고 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콜론, 콜롬비아에서는 페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프가니, 덴마크에서는 크론, 파키스탄에서는 루피, 카타르에서는 리얄을 쓴다. 하지만 현지에 가보거나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겐 낯선 화폐들이다. 대신 우리는 세계 5대 기축 통화에만 익숙하다. 미국 달러화, 유럽의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자국을 넘어 국제 거래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화폐 단위들 말이다. 2016년 10월부터는 중국 위안화가 세계 5대 기축 통화에 편입되면서 중국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 기축 통화의 기호들은 그 자체로 많은 정보를 주며, 강력한 힘과 상징성을 가진다. 달러 기호 속에서 우리는 미국이라는 거대자본주의 국가의 힘과 속성을 곧바로 떠올린다. 반면 기축 통화가 아닌 그리고 앞으로도 기축 통화가 될 확률이 전혀 없는 제3세계 국가들의 화폐들은 인지할 수 없기에 우리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선 그들의 언어를 모르기에 마치 추상 회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주인공 화폐 기호(기축 통화)와 그들을 둘러싼 조역, 또는 엑스트라 역을 맡은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화폐 기호들을 똑같은 무게와 규격의 회화로 제작해 배열하고자 했다. 정치, 경제의 영역이 아닌 적어도 미술의 영역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아울러 다양한 파스텔톤으로 채색된 윤기 나는 표면들을 통해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함께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자했다. 작가 이력(Artist’s C.V.) 이 은 화 (Josephina Eunhwa Lee) E-mail: arte21@naver.com Blog: blog.naver.com/arte21Facebook: eunhwa.lee.102 Instagram: museumstoryteller 학력사항(Education)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 수료영국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현대미술학 석사 졸영국 런던 예술대학 순수 미술학(회화 전공) 석사 졸영국 캐빈디쉬 대학 그래픽디자인 디플로마 졸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미술사학과 수학 개인전(Solo Exhibition)2022 “머니스케이프 Moneyscape”, 복합문화공간 커피에스페란토, 서울 2017 “모노티콘-감정의 에스페란토 Monoticon-Emotional Esperanto”, 복합문화공간 커피에스페란토, 서울2016 “디지로그-감정의 에스페란토 Digilog-Emotional Esperanto”, 갤러리 시:작, 서울2016 “Collecting Contemporary Colors”, Gallery Esperanto, 서울2004 “웰컴-감정의 에스페란토 Wellcomm-Emotional Esperanto”, 아트스페이스 미음, 서울 주요 그룹전(Selected Group Exhibitions)2016-2017 “욕망의 메트로폴리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2013 “세계의 스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2008-2010 “거울아, 거울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2006 광주비엔날레 제3섹터_ “열린아트마켓”, “아티스트 응접실”, 광주 시립민속박물관“Dialogue to Space”, 도스 갤러리, 서울“공간-드로잉”, 충무 아트홀, 서울2005 한국현대미술전 “Happiness",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포트폴리오 2005”,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예감 2005-일상의 향기”, 선화랑.선아트센터, 서울“Party”, 성곡미술관, 서울“놀이공원에서 놀기展”, 롯데월드 화랑, 서울“Ctrl_C Ctrl_V”, 대안공간 미끌, 서울2004 "Funny Sculpture, Funny Painting", 갤러리 세줄, 서울2000-2001 “Bank Gallery Show” BHF Bank Gallery, 런던 저술 활동: 동아일보 미술 칼럼 <이은화의 미술시간> 연재 중(2018~) 「사연 있는 그림」 「그림의 방」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외 다수의 미술책 저자